다시 들춰 본 우리 가족의 일기에는 우리가 쓰지 않은 글들이 뚜렷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우리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싶었던 순간들, 애간장을 말리는 듯한 고통의 나날들, 그 고통 속에서 익사 직전의 심정으로 적어 갔던 절망의 순간들조차 그 사이사이에 희망이 징검다리처럼 점점이 놓여 있었다. 펜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혼의 위로가 고통의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고 희망을 마침표로 새겨 놓았던 것이다.
그때는 읽어 낼 수 없었던 일기.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그 보이지 않던 일기가 드러난다. 영혼의 일기가.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고통을 이기는 희망이, 절망보다는 더 축복이 바로 그 죽을 것 같았던 순간에 내재해 있었음을.
오늘도 우리에게 하루의 기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나는 계속 하루의 기적을 오롯이 일기에 옮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