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역자를 따라다녔던 지난 1년간의 여정은 우연히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지역과 상당히 일치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들 하지만, 보는 만큼 알게 되기도 한다. 특히나 생소한 태국과 대만으로의 우연찮았던 행보는 원서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렇다고 여행이 원서의 이해에 반드시 필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저 역자의 게으름에 대한 그럴 듯한 핑계이다. 되돌아보면 태국이나 대만이나 한국이나, 하물며 유럽마저도 사람이 사는 것은 본질상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인 이상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인 이상, 어차피 사람 사는 모양새들은 과거든 현재든, 서양이든 동양이든 예상을 크게 뛰어넘지 않기 마련이다. 여행자들이 처음 접하는 이국적인 풍경에서 느끼게 마련인 흥분과 생소함도 며칠 지나면 이내 친숙한 편안함으로 변해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순간순간 거대한 뿌리처럼 굳건히 버티고 있는 문화의 힘을 느끼곤 한다. 정말 저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것이 다름 아닌 문화적 차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역동성과 다양성에 대해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적잖은 불편함을 가져온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의 처리방법은 무시 하거나 당연시 하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문화라는 애매한 구름과도 같은 존재가, 방울로 맺혀 서로 다른 토양에 비가 되어 떨어질 때 그 양상이 어떻게 다채롭게 펼쳐지는가를 풍부한 경험적 사례를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러한 다양한 지역들과 문화권들을 비교해가면 찾고자 하는 해답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