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 우리 곁을 떠났으나 우린 아직 그대 보내지 못했네
우리들 가슴속에 판화로 새겨놓은 그날이
거역의 몸부림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그의 외침은 지금도 울려 퍼지고 있고
남은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 있다
그의 탯줄을 타고 봄을 부르자
우리가 먼저 가서 부르자
절망으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희망으로 오시라
2
이 시집에 함께한 시인들 중에서 다섯 명이 낸 목소리이다.
안타까움과 슬픔과 분노가 다시금 들리는데……
희망과 다짐으로 바꾸어 듣는다.
이 땅의 분단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노동자의 해방을 이루기 위해 헌신한 열사들……
우리는 추모하려고 이렇게 모였다.
모시지 못한 분들이 너무 많아 죄송할 뿐이다.
우리는 이 부족함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부끄럽지 않게 시를 쓸 것이다.
1.
2016년 10월 29일부터 2017년 4월 29일까지 진행된
23차례의 촛불 집회……
대통령이 탄핵되고
공범들이 구속되고
평화적인 선거에 의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국민 주권이 회복되고
민주주의가 바로 선 것이다
2.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든 시인들은
노래 불렀다
“우리는 처음으로 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냈다”
“촛불은 생각이 아니었다, 실천이었다”
3.
촛불을 든 시인들은 아직도 부른다
“촛불을 열면
머리를 쳐도 죽지 않는 혁명이 있다”
“아직 촛불을 거둘 때 아니다”
1
이 시집의 시인들이
2014년 4월 16일부터 불렀다
304명을
7시간을
팽목항을
안산 단원고를
아픈 봄을
아픈 몸을
그리하여 아픈 희망을 노래한다
2
그날이여 어서 오라
다시 해가 뜬다
가만히 있지 마라
사월 꽃들아 눈 부릅떠라
명찰을 떼지 않은 꽃아, 나비야
광장에 오라
이제 부활하라
꽃으로 돌아오라
1.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 등 전국에서
첫 촛불집회가 열린 뒤
100일이 넘었다.
참가한 연인원이 10차 촛불집회에 이르러
1,000만 명을 넘었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고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꺼지지 않는 촛불 앞에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수구 정권은 무릎을 꿇었다.
거침없는 이 혁명의 촛불을
누가 끌 수 있겠는가.
2.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고
혁명의 밑돌이 필요하다고
시인들도 촛불을 들었다.
기꺼이 광장으로 달려간 시인들은
어깨를 함께하고
하야가를 부르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촛불 든 시인들은 즐겁다.
오래오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