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산악인은 산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행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런 원론적인 문제를 가지고 침을 튀기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죄송하지만 제발 그런 삼순이 허리 살 터지는 소리 좀 그만 하시오’라고 뇌까린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오른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오른다. 너무나 큰 감성과 열정을 가지고 태어난 죄로 스스로 고행을 택하지 않으면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꼭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개념에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의 최종 목적은 정상이 아니라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 한마디 보태자면 힘들게 산에 올라 자살하는 사람은 없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택하는 모든 장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오히려 삶의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만이 산에 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