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 시기에 히말라야 등산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라 불리는 사건, 조지 맬러리의 실종과 조난에 대해 알게 됐다. 심지어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가능성도 있었고, 그걸 알아낼 방법도 남겨져 있었다.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섰을까.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맬러리의 시체와 함께 존재할 카메라 속 필름을 꺼내 현상하면 된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머리에 번뜩 떠오른 것이 이 소설의 아이디어였다.
이거라면 쓸 수 있다.
에베레스트 8,000미터 이상의 장소에 존재할 카메라가, 카트만두 거리에서 팔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팔리기 전에 그 카메라를 소유했던 사람이 일본인이라면…….
순식간에 스토리의 핵심에까지 이르렀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20대 중반의 나는 아직 역부족이었고, 당시까지 히말라야에서의 경험은 한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쓰게 된다면, 최소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는 다녀와야 했다.
결국 구상에서부터 집필을 끝내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리고 말았다. 쓰기 시작하고는 햇수로 4년, 400자 원고지 1,700매라는 매수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