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가 쓴 대련 중에 “호고유시수단갈好古有時搜斷碣, 연경누일파음시硏經婁日罷吟詩”가 있다. “옛것을 좋아하여 때로는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고, 경전을 연구하느라 여러 날 시 읊기도 그만뒀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마치 젊은 시절 김정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수단갈搜斷碣’은 금석학金石學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연경硏經’은 경학經學에 빠져 있는 모습을, 그리고 ‘호고好古’라는 두 글자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다. 옛것을 좋아하다 보니(好古) 옛것을 본받게 되고(法古), 옛것을 제대로 본받는 것이 바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創新). 김정희의 역사 고증 금석학과 추사체는 바로 ‘호고’의 정신이 빚어낸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