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본디부터 존재한다. 그 시와의 괴롭고 고통스런 만남을 통해 나는 언어의 자유를 꿈꾼다. 그러나 그것은 시조時調 3장章의 고적한 행간 속에 있다.
문단 한 귀퉁이 청석비탈에 시의 터앝을 연 지 만 10년이 지났다. 그간의 소출이라야 이것이 전부다. 딴은 정좌正座의 시를 고집하며 용심을 일궈 봤지만, 막상 털고 보니 쭉정이투성이다. 다만 염치없는 것이 아둔함이라 해도 엄습하는 허탈을 떨칠 길이 없다.
무릇 시인은 ‘칼’과 ‘물’과 ‘붓’을 늘 손닿는 곳에 두고 사는 사람이어니 이제 다시 내일의 절망을 위하여, 시의 자존을 위하여 잔을 들 일이다. 『키 작은 나귀 타고』 한 세상 건너는 법을 알 때까지.
삼가 이 시집을 환력을 맞으신 아버지와 또 그 곁에 앉으신 어머니께 바친다.